본문 바로가기

유학일기

약국 알바 안 하면 인턴을 못 구하나요?

반응형

블로그 포스팅에 달리는 댓글들을 읽다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질문들을 보다 보면 나도 이맘때쯤 이런 고민을 했었는데, 다들 비슷하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새 바뀐 그리피스 새로운 소식을 접하기도 하며, 짧은 댓글에서도 작성자의 성격이 느껴지는 게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정말 성실한 사람일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댓글도 있고, 가끔은 개인적으로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정성스러운 댓글을 남겨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향형 인간이라서 그런 말을 먼저 하지는 못함). 그런 사람들에게는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라도 동기들에게 물어봐서 답을 해주려고 하는 편이다. 같은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이 사람이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반면 내 성격이 원체 너그러운 편은 아니라서 기본적인 소개 없이 본인 궁금증만 던진다거나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지 않은 댓글이라면 그냥 답하지 않기도 한다. 

   


 
아무튼 블로그 포스팅을 하다 보면 댓글에 자주 보이는 질문들이 있다. 유급율이 얼마나 되는지, 영어는 얼마나 잘해야 하는지 등등 다양한 질문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약국 알바 경험이 없으면 인턴을 못 구하나요?"이다.

 
이번 학기 동기들이 인턴을 구해가는 과정을 보며 느낀 점을 며칠 전 동기 언니와 이야기했는데, 언니가 명쾌한 대답을 내려줘서 깊이 공감했다. “어떻게든 구할 수는 있지만, 빠르게 구할 수는 없다”

특히 작년까지는 브리즈번에서 인턴을 구하면 약국 선택지도 많고 확실히 인턴 구하기가 쉬웠는데, 올해 7월부터 485 졸업생 임시 비자(Temporary Graduate Visa) 체류 기간이 브리즈번은 2년으로 제한 (골드코스트는 2년+1년)되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호주에서 인턴을 마치고 한국에서 예비고사를 볼 계획이라면, 이제 브리즈번은 조금 리스키한 옵션이 되어버린거다.

그래서 많은 동기들이 브리즈번 대신 골드코스트에 남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브리즈번보다 약국 수가 훨씬 적은 골드코스트에서 경력 없이 인턴을 구하는 게 더 어려워져버렸다.

약국 경험이 없는 동기들이 골드코스트 전역을 다니며 이력서를 뿌렸고, 돌리지 않은 약국이 없다고 할 정도로 모든 약국에 지원했지만, 트라이얼이나 면접 요청을 받는 곳은 거의 없었다. 옆에서 지켜본 바로, 학기 내내 거의 두 세 달 동안 정말 고생했던 것 같다.

게다가 차가 없으면 우버를 타고 약국마다 이력서를 돌려야 해서 체력적으로도 상당히 소모되지만, 학기가 끝나갈수록 인턴 자리를 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분명 지인을 통해 어떤 약국에서 인턴 자리를 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약국 경력이 없는 동기들에게 알려줘도, 막상 그 동기가 이력서를 들고 가면 이미 인턴을 구했다거나 올해는 구할 계획이 없다고 (거짓)말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나도 미안한 마음에 이런 소식을 전해주는 게 점점 힘들어졌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약국 입장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인턴은 약대 학생보다 시급이 더 높은데, 인턴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1학년 학생처럼 처음부터 가르쳐야 한다면 약국 입장에서는 손해일 수밖에 없으니까. (인턴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은 아니지만, 지식적으로 아는 것과 실제 약국에서 일을 배우는 건 또 다른 얘기라서)

또 이렇게 막판에 급하게 인턴 자리를 구하면, 인턴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있다. 어떻게 보면 인턴십은 1년(1,824시간)을 한 약국에서 보내야 하는데, 좋든 싫든 그 시간을 버텨야 한다 (물론 중간에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약국을 바꿀 수는 있지만, 페이퍼워크도 만만치 않고 퀸즐랜드처럼 좁은 약국 업계에서는 소문이 돌기 쉽다). 급한 마음에 아무 곳이나 갔다가 본인과 맞지 않는 환경이나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면, ㅈ같은 1년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약국이 '갑'이고, 인턴을 구하는 학생이 '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인턴을 구하는 학생도 이 약국이 본인과 맞는지 경험하고 재고 따져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턴 자리를 너무 급하게 구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일해보고 결정하는 게 좋다. (이상 '을'의 입장이었음^^)

약국 일을 언제 구하는 게 적당한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3학년 2학기 실습을 마치고 나서 실습했던 약국에서 계속 일하거나, 그 실습 경험을 바탕으로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채운 후 약국 알바를 구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무리하자면, 약대 생활 중 인턴십과 관련된 고민은 정말 많은 학생들이 겪는 부분인 것 같다. 나 역시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동기들과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결국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약국을 찾는 것과 인턴십을 너무 서두르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인턴 경험이 쌓여야 앞으로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니까. 이 글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 '을'이 어떻게 인턴 생활 하는지 써봐야겠다. 과연 도비는 주인을 잘 만난 것인지..

반응형